주종섭 사회학박사, 전남도의원
주  종  섭
사회학박사, 전남도의원

기억과 망각은 인간 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사회화과정에서 꼭 필요한 중요한 기제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역사를 공통기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은, 한국사회에서 식자들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들어보거나 발언했을 법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리는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 기록한다.

해방후 남북이 분단되고 이어 한국전쟁이 발생하여 국토가 폐허가 된 나라였던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뤄낸 나라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몇 안되는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성장한 국가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해방과 혼란,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 4.19 혁명, 군사독재,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IMF 외환위기, 촛불항쟁 등 수많은 역사적 질곡과 변곡을 거치면서 가난과 고통을 극복하고 성장과 민주주의를 향한 에너지를 분출해 왔다.

한국의 역동적인 변화와 눈부신 경제성장은 공업중심의 산업사회로의 빠른 변화에 따른 결실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사회가 겪어야 했던 다양한 성장통은 갑자기 커져 버린 산업화사회에서 미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인식도 문제였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국토 위에서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공간이 바로 산업단지였다. 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 일반산업단지, 농공단지 등으로 제조업 중심의 생산활동을 통해 수많은 일자리와 국민소득을 창출해 온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의 주요 국가산업단지 중의 하나인 여수국가산업단지는 지난 1967년 착공되어 2022년말 301개사가 가동 중이며, 상시 고용인원이 26,170명, 생산액은 101.7조원, 수출은 388억불로 국내 석유화학 부문 생산의 40.3%, 수출의 43.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55년 역사의 여수 국가산업단지가 만들어낸 경제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지역공동체의 발전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여수국가산업단지는 경제발전의 중추적인 역할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억과 홍보의 공간이 전무한 상태이다. 국가경제와 지역발전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여수국가산업단지와 더불어 연관된 기업들과 여수시민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들을 역사로 기록하고 담아내는 역사기록관이 필요하다.

안산시와 울산광역시의 경우를 보면, 산업역사박물관, 공업센터기공식 기념관 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국가산업단지의 형성과정과 운영 그리고 역사를 기념하고 산단내 기업들의 홍보관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역사기록관이 설립되면, 먼저, 여수국가산단이 그동안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성과를 온전히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이 되고 더 나아가 기업들의 홍보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친화적인 여수산단으로의 이미지 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이다. 굴뚝으로만 상징되는 공업단지를 에코산단조성이나 ESG경영 등으로 환경문제를 개선시키는 노력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다. 국내 제1의 관광도시 여수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여수국가산업단지를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수산단의 역사와 홍보를 담은 여수산단 역사기록관은 여수산단 형성 55년이 지난 지금, 여수산단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소중한 기억의 공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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