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일 정치학박사
장성일 정치학박사

장성일 박사의 「해양안보와 미국의 외교정책(도서출판 이조)」은 해상수송로 안보와 군사력의 사용 결정이라는 미국 외교정책 간의 관계를 분석하며, 그 과정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결정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는 “해상수송로 안보를 위해 미국은 군사력을 사용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해상수송로 안보를 위해 미국은 어떤 과정으로 군사력의 사용을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제 정책결정자들의 논의 과정을 추적하여 풀어낸다. 

미국은 해상수송로 또는 해상교통로 안보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은 20세기 초반 이후부터 ‘공해의 자유(freedom of the seas)’를 강조함으로써 전 세계의 해상교통로 안보를 유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미국은 사실상 해양공공재의 보호자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해상수송로 안보 문제는 해양안보와 에너지 안보의 교집합이며, 한국을 비롯하여 많은 에너지 수입국가에게 국가안보 문제다. 2019년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갔던 사례,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사례만 보더라도 해상수송로 안보로 대표되는 해양안보는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의 군사적 충돌까지 유발할 수 있는 안보 문제이며, 자국과 동맹국에게 중요한 주요 해상수송로의 안보를 확보하는 것은 미국에게 여전히 핵심적인 국가안보 목표다.

장성일 박사는 이처럼 국제정치에서 핵심적인 해상수송로 안보를 위해 미국이 어떤 과정으로 군사력의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외교정책을 논의하며 선택하는지, 그 정책결정의 과정을 실제 정책결정자의 논의 자료에 근거하여 설명한다. 해상수송로 안보 위협이 달라졌을 때 그 변화가 미국이 군사적 대응을 선택하는 외교정책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은 해상수송로 안보 위협 수준이 달랐던 1967년 티란 해협 위기, 1973년 중동전쟁 위기 및 1987년 페르시아만 위기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교분석하여, 해상수송로 안보에 대한 위협의 변화가 미국의 군사력 사용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한다.

미국이 정책결정자 수준에서 어떤 과정으로 정책결정을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 차례 미국 현지 자료조사를 실시했다. 저자는 존슨, 닉슨 및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의 기록물보관소를 방문하여 세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위기 대응 조직의 외교문서(1차연구자료)를 확보했으며, 이상의 사료를 활용하여 세 위기에서 외교정책의 결정 과정을 재구성했다.

외교정책 연구에서 이 책이 활용하는 정책결정자 수준의 분석은 어떤 요인들이 정책결정의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기존 이론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한 행위자들이 외부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떠한 대응 방안을 고려했으며, 최종 외교정책 선택에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소수의 사례를 연구하더라도 정책결정자 수준의 분석은 이론적, 정책적 함의가 있다.

이 책은 냉전기 미국 세 행정부의 외교정책 결정 사례연구를 통해 해상수송로 안보에 대한 고려가 미국이 군사력의 사용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연구는 해상수송로 안보를 비롯한 해양안보과 관련된 문제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기반으로 해양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오늘날의 국제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책의 연구는 의미가 있다.

이 책이 한국의 해양안보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2019년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갔던 사례, 2021년 이란이 미국의 대표적인 동맹국인 한국의 선박을 나포하자 한국이 군함을 파견하면서 긴장이 고조된 사례,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흑해를 통제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중단으로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발생한 사례, 그리고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사례와 같이, 해상수송로 안보 문제는 앞으로도 국제적인 분쟁, 심지어 군사적 충돌까지 유발할 수 있는 국가안보 문제다. (614~615쪽) 〈7장. 결론〉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을 실현함으로써 국제적인 역할을 확대하고자 하는 한국은 해양안보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제적인 갈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하며, 『해양안보와 미국의 외교정책』은 해양안보 문제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안보와  미국의 정책 」표지
「해양안보와  미국의 정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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